잡초가 건초다
잡초가 건초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1.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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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평탄한 파도는 위대한 뱃사람을 만들지 못한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수백 년 혹은 천 년 이상을 지나면서도 고고한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목이나 아름드리 울창한 거목의 거대한 풍모 이면에는 과거의 모진 세월이 묻어 있다. 또 링컨 대통령이나 작은 거인 등소평의 이력서에는 실패와 좌절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 이런 점을 미루어보면, 청년기에 무언가를 잃어버린들 그것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청년기에 느끼는 좌절 또한 결정적 실패는 아니다.

오늘날에는 인내의 가치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그보다는 순발력,반짝이는 재치가 훨씬 강조된다.그래서일까,요즘은 끈기 있는 청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저력, 치열함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 회사 업무는 저랑 너무 맞니 않아요.”

”야근이 너무 많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힘들어요.”

이러한 변명을 곧잘 늘어놓는 젊은이들 중에는 원하는 회사에 취업되었다고 뛸 듯이 기뻐했으면서 너무 쉽게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말하는 이런저런 이유들은 얼핏 들으면 타당해 보이지만 자질구레한 변명에 불과하다.

물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가혹한 경쟁 속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며 지내온 청춘이니, 무기력한 태도를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어나야 한다. 사회는 언제까지나 청춘의 응석받이로 남아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인들을 보라. ‘2등’은 용납되지 않는 냉엄한 전선에서 하루하루 피 마르는 경쟁을 하는 기업인들은 또 어떤가.그들의 생활은 쓰러지면 거기서 바로 끝나고 마는, 패배라고는 용납되지 않는 ‘전투’ 그 자체라 할 만하다. 무기력과 나약한 정신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정글과도 같은 이 험난한 인생 여정을 어찌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과거의 ‘7전8기 정신’은 잊히고 창의력과 재능을 높이 사는 현대에는 묵묵히 그리고 느리게 성장해가는 성실함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리 겁먹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청춘도 너무나 많다. 그대는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가?있다면 무엇인가? 돈? 시간? 그것이 무엇이든 한번 깊이 숙고해보라. 그 두려움이 미래에 대한 용기를 부여하기보다 내일을 개척할 힘만 빠지게 만드는 무가치한 기우가 아닌지 말이다.

물론 시간과 노력을 최대한 투자했음에도 그 결과가 뜻한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맛보는 쓰라린 고통과 깨달음 자체가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값진 열매다. 우리가 읽어버릴까 봐 도전을 주저하는 마음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근거 없는 두려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을 장악하고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하는 우려와 걱정은 그저 막연한 ‘느낌’에 불과하며, 그 느낌에 지배되는 순간부터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개의 값진 열매를 잃게 된다. 청춘의 시기에 가장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열매를 말이다.

길가의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잡초를 떠올려보라. 아무리 짓밟고 뽑아내도 또 자라나는 잡초야말로 그대의 스승이다. 실제로 잡초는 짓밟히고 또 짓밟히는 과정 속에서 더 강한 생명력과 불굴의 저력을 지닌 건초健草로 변해간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 교수는 ’인류 문명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면서 발전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 개개인 또한 계속해서 도전하고 좌절하고 또 도전해 나가면서 성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굴의 생명력과 치열함으로 모진 세파를 견뎌내는 ‘잡초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성공’과 ‘실패’라는 결실 또한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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