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은 3초 안에 끝내라
머뭇거림은 3초 안에 끝내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2.01.1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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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이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실현 가능해 보이는 꿈이든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하나둘씩 품고 있다. 혹 실현하기 너무 어려운 꿈이라 할지라도, 모든 꿈은 각박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어떤 이는 고민과 망설임을 거듭한 끝에 꿈을 포기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고민하기보다 꿈을 향해 과감히 몸을 내던진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목표를 차례대로 설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의 꿈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그다지 따스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꿈에 관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위로하고 격려하기보다,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불가능한 꿈이라고, 허황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그들의 꿈을 재단하려든다. 하지만 그들의 편견이나 세상의 혹독한 잣대를 원망하거나 탓할 필요는 없다. 신념만 있다면 그저 꿈을 실현할 도구를 하나하나씩 꺼내 들고 걸어가면 그만이다. 누가 뭐라 하건 묵묵히,뚝심 있게 걸어가는 사람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인생이란 길고 긴 무대에서 꿈을 실현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바로 적극성이다. 지금 그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그것’은 그 누가 대신 찾아 가져다줄 수 없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혹은 실패할까 봐 겁이 나더라도, 몇 번이고 용기 내어 도전에 부딪히고 성과를 거두어내는 사람만이 결국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중국에서 공부했던 제자 L군이 생각난다. L군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는 취업 문을 과감히 두드려 보란 듯이 성공하고,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안팎에서 두루 촉망받는 ‘글로벌 코리언’으로 살아가고 있다.

취업의 문 앞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따지는 ‘스펙’의 잣대로만 보자면, 사실 L군은 그다지 뛰어난 인재가 아니었다. 2년제 대학 출신에 중국어 구사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 그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를 떠올리면 퍼뜩 떠오르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적극성이다. 어디든 들쑤시고 다니는 적극성,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 경상도 억양이 섞인 큰 목소리로 캠퍼스를 여기저기 활보하는 패기 때문에 그는 어디에 있든 눈에 띄었다.

“내 한국에서 왔는데, 우리 친구 안 할래요?”

L군은 언제,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가 특유의 화통함을 발휘했다. 급기야 그는 캠퍼스 내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심지어 교내 미화원이나 경비원들과도 얼굴을 트고 다닐 정도였다. 목소리 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중국인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저 사람 목청 한번 우렁차네” 하고 웃곤 했다.

당당한 성격을 타고난 L군은 중국어 실력이 남들보다 다소 뒤처져도 절대 기가 죽는 법이 없었다. 대화 중에 말문이 막히면 한자를 써가며 필담筆談을 나누는 식이었다. 결국 변변치 않던 그의 중국어 실력은 6개월 만에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좋아졌다. 경상도 억양의 투박한 말투가 중국인들에게도 구수하게 들렸는지 듣는 사람마다 그의 중국어를 좋아했다. 필자 역시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어느 날 그를 불러 넌지시 물어보았다.

“남들한테 먼저 다가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지?”

그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저라고 뭐 다를 게 있겠습니까. 쑥스럽고 어색한 건 저도 똑같죠.
사실 제가 남들에 비해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재능이 없어서 부지런이라도 떨어야겠다,
생각한 겁니다. 사방으로 저보다 배경 좋고 잘난 사람들뿐이고,
그 속에서 주눅 들어가는 게 너무 비참하고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잘하는 건 별로 없어도 내 개성이라도 발휘해봐야겠다 한 겁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먼저 찾아주지 않으니 저라도 먼저 찾아가야죠.”

그간 남몰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그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필자는 그 눈물에서 삶에 대한 절박함을 보았다.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도 실행하지 않고 머뭇거리고만 있으면 자기 몫을 찾기 힘들다. 먼저 나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군중 속의 한 명으로 남기 십상이니 말이다. 좋은 스펙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도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에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이라는 큰 대륙은 L군에게 도전해보고 싶은 미지의 땅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미지의 땅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무엇인가가, 또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림이 있다면 스스로 방법을 만들어 거기에 도달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누가 날 반겨주겠어’, ‘어떻게 다가가야 하지?’,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되는 건 누구나 똑같다. 다만 그 망설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만이 성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명심하라. 세상은 결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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