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꿈꾸는 것은 민주화가 아닌 '부자화' (下)
중국이 꿈꾸는 것은 민주화가 아닌 '부자화'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3.10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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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이다. 사회주의이기는 사회주의이다. 하지만 특색이 가미된, 즉 정통 사회주의가 아닌 수정된 사회주의이다. 

어떻게 수정되었는가? 중국특색, 다시 말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요소가 가미된 중국만의 사회주의로 수정되었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필요로 하던 1970년대의 중국은 그야말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발전은커녕 아사자가2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피폐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정통 사회주의를 따르자면 빈곤의 평준화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 결과, ‘뜻만 있으면 일은 반드시 성취된다(有志者事竟成, 요즈져 쓰찡청)’라는 중국어 속담처럼 고안되어 나온 걸작품이 바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였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개념은 참 애매모호하다. 그야말로 아리까리한 것을 선호하는 ‘중국적’ 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들은 명백하고 단호한 것을 꺼려한다. 자신의 의사를 그렇게 명백히 했다간 반대파들에 의해 언제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를 일이다. 이는 중국 역사의 생생한 교훈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등장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참제대로 고안된 녀석이다.

 ‘중국특색’이란 말을 붙여 실제로는 자신들이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뭐든지 중국이 원하는 것을 중국특색이라는 말에 넣어 합리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중국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요소도 한껏 도입시켜 활용한다는,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식 자본주의’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그야말로 중국 당국에게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다. 사용함에 있어 아무런 제한이나 제약도 없다. 자본주의의 특징이건 사회주의의 특징이건 아니면 다른 어떤 나라의 고유한 특징이건, 중국 당국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이 용어로 포장하여 사용하면 된다. 

자신들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미명하에 사용해왔던 제도를 수정하려 할 때에도, ‘개선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니,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발전 형태’니 하는 명분을 내세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즉 중국식자본주의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하며 발전시킬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민주주의건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부자가 되는데더 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사회주의이건 자본주의이건 혹은 민주주의이건 아무것이라도 상관이 없다. 그저 부자가 되게 해주기만 하면,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적 사고이다. 

중국인들의 이와 같은 생각을 잘 이해한다면, 중국에서 민주주의보다 《삼국지》의 관우가 더 인기가 있는 것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와 같은 중국의 현실을 도외시 하고 중국을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대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일 리 만무하다.

한편 서구사회는 ‘중국의 민주화는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시진핑 주석이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중국의 민주화를 마오쩌둥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이 사회주의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본주의를 거부하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고 비평한다. 그 한 예로써 중국 정부가 2018년 10월부터 새로이 시행한 상장사 관리 준칙을 들기도 한다.

새 준칙에는 ‘상장사가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따라 회사에 당위원회를 설립해야 하며, 당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 인해 모든 기업에 공산당위원회 설립이 의무화됐다. 당위원회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때 이사회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이런 식으로 공산당이 기업의 생명줄을 담보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며 비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중국인들의 문화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해서 나온 안타까운 비난이 아닐수 없다. 지금의 중국은 ‘민주화’보다 ‘부자화’가 더 중요하다. 중국인들이 민주화보다 부자가 되는 것을 더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란스러워서는 안 된다. 수천 년에 이르는 중국 역사 내내 혼란과 불안 속에서 살아야 했던 중국인들이 아닌가. 이 과정에서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선호한 것이 바로 전제정치였다. 비록 정치적 자유에 제한은 있지만, 혼란과 불안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안정과 발전을 제공했기에 선택했던 것이다.

모든 기업에 공산당위원회 설립을 의무화한 것은, 중국식 자본주의가 이뤄낸 경제적 성과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초래할 수 있는 중국경제의 혼란을 우려한 선제 조치이기도 하다. 

서구적인 관점에서 기업 운영에 무슨 공산당 조직이냐며 비난할 수 있지만, 중국에는 이런 비난을 감내할 여유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혼란을 피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장할수 있는 중국특색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오히려 옆에서 훈수 두려는 이들에게 반문한다. ‘당신들은 역사상 전무한14억의 단일 국가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가?’라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민주화와 민주주의 요구에 대해 또 다시 전가의 보도인 중국특색의 자본주의, 중국식 자본주의를 꺼내놓는다. 그러면서 점점 더목소리 높여 항변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만능이랄 수 있는가? 인류가 경험해본 적 없는 초대형 국가인 우리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새롭게 가고 있는 중국이다. 우리가 잘못 되면 국제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무책임하게 훈수 두려 하지 말라. 그보다는 냉철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필요할 때는 건설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우리 모든 인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언가 불끈 솟아오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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