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모노다네(物種)'의 수렁에 빠져 있다
일본은 '모노다네(物種)'의 수렁에 빠져 있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3.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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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에서는 TV 등 대중매체와 정치인의 입을 통해 ‘일본이 최고다’는 식의 자랑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훌륭하다’라는 붐을 일으켜 애국심을 조장하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이 《세계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일본인》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인기를 모았다. 저자는 해외에서 자신이 느낀 일본의 이미지와 ‘일본은 훌륭하다’라는 붐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며 직설적으로 표현 했다. 

예를 들면 “(일본인들은) 정치에 무관심 하면서 소고기덮밥(규동)의 가격이 10엔(약100원)만 올라도 난리가 난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투표율이 상당히 낮은데도, 왜 익명 게시판과 SNS 등에서는 정치적 풍자나 다양한 의견들이 넘쳐 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인들은 일본인들을 존경하고 있다’는 표현이 TV 등에서 넘쳐나는 것을 봤다. 하지만 해외에서 일본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거액의 국가부채와 저출산문제등이 거론될 때다”고 했다. 또한 “‘일본은 시장으로서는 끝이다’, ‘일본에 투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면서 “물론 일본인에게도 장점은 있지만 ‘일본은 훌륭하다’는 것은 환상이다. (일본인 독자에게) 객관적으로 장래를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사회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중에는 현재의 일본이 직면한 단기적 문제들도 있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일본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근원적 문제, 즉 ‘모노다네 문제’도 적지 않다. 일본이 품고 있는 문제들 역시 국내(國內),국경(國境),국제(國際) 분야로 나누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국내 문제이다. 일본의 주요한 국내 현안에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나 쓰레기 처리 등의 환경문제, 총인구의 28퍼센트를 넘은 65세이상 인구에 대한 대처와 노인 케어 등을 포함한 고령화 문제, 2008년 이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소자화 少子化 즉, 인구감소문제, 그리고 빈부격차 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고용문제 등이 있다. 

이들 문제는 그야말로 민생관련 문제이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국경문제나 국제문제보다 국내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점에 착안, 아베총리는 민생경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성과를 내는 한편, 그 인기를 몰아 과거사문제나 영토문제등도 자기 의도대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경문제, 즉 영토관련 문제이다. 어디까지나 일본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일본 또한 최소한 3개국과 영토문제가 얽혀있다. 우리와의 독도문제, 중국과의 센카쿠쇼도尖閣諸島문제, 그리고 러시아와의 북방문제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유학중에, 일본정부가 말하는이세개의 영토문제에대해 작심하고 연구해 본 적이 있다. 그 결과 독도는 확고하게 우리의 영토라는 변할 수 없는 사실 을확인하는 등 일본의 세개영토문제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정부’의 생각은 다른것 같다. 여기서 일본정부 앞뒤에 따옴표를 써서, 일본정부임을 특히 강조한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에는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영토문제에 대해 반대견해를 지닌 사람들이나 단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도는 대한민국영토’라고 주장하는 양식있는 개인과 단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까지 하나로 뭉뚱그려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중일양국 사이의 센카쿠쇼도 지역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중국도 이지역을 ‘디아위다오’라고 부르며 중국령으로 주장하고 있다. 명나라의 영락제 원년(1403년)에 출판된《순풍상송順風相送》이란 고서에 등장한 ‘조어서釣魚嶼’란 명칭 등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이 1895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제국에의해 무주지無主地로써 일본영토로 편입되었다. 2차세계대전이 종료된 뒤 미국은 자국이 위임통치하는 오키나와의 관할권안에 이지역을 포함시켰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북방네개영토 문제가 있다. 쿠릴열도 최남단의 두개섬(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과 홋카이도 북동쪽의 두개섬(시코탄섬과 하보마이군도)에 대한 러일양국간의 영토분쟁을 말한다. 이 네개의 섬지역은 2차세계대전이후 구 소련의 영토로 편입되었고 구 소련붕괴후 러시아의 영토로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이지역은 역사적으로 홋카이도에 부속된 일본의 고유영토다. 그런데 1945년이래 구 소련에게 강탈당한것이니 만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은 쿠릴열도 전체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했고, 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은 영유권을 포기한 이쿠릴열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라며 자국령임을 주장하고 있다. 

세번째로 국제문제이다. 현재의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폭넓게 견제 및 경계당하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몇가지 사안들을 제외하고는 국제사회 일반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그 몇가지 예외적인 사안들이 인류의 보편타당한 윤리와 도덕등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과거사 등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침략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 의한 위안부 및 강제징용 등의 문제 도 부정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결코 곱지 못하다. 국제사회의 적지 않은 국가들은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을 생각하며 드러내놓고 일본을 비난하거나 반일(反日)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그 저급성에 대해 한심해 하거나 경원시 하고 있다.

 천민 근성을 지닌 벼락부자에 대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하는 일반 민심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은 그 막강한 경제력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또한, 안타깝지만 일본이 스스로 풀어야 할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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