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른 일본의 세습의원과 간접선거
한국과 다른 일본의 세습의원과 간접선거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7.01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허, 내 말을 들으라니까. 일본 정치가 더 한심하다니까!” 

“무슨 말이야, 지금? 한국 정치만큼 문제 많은 곳도 드물다니까!’』

나는 종종 한일 양국 정치를 두고 어느 쪽이 더 한심한지를 겨루는(?) 대화를 경험하곤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상대 정치를 헐뜯기보다는 자국 정치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를 비난하는 쪽에 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전히 세습 정치를 하느냐며, 그런 주제에 북한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핏대를 세운다. 반면 한국의 정치를 자조하는 쪽에서는 정당 이름이 2년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드문 정치풍토를 힐난하며 조금만 이름이 알려져도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오만함을 한탄한다. 

『“국민도 마찬가지야. 정치가 문제라면서도 정작 정치개혁에는 나서지 않으니까 정치인들이 계속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 아냐. 이 얼마나 한심한가 말이야!” 

“우리는 어떻고? 아직도 좌 아니면 우로 쫙 나뉘어 정당이고 국민이고 서로 질타하기에 바쁘니 우리가 더 한심하지!”』

일본은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서방식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우리와 같다. 그러나 일본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의원내각제 국가다. 의원내각제란, 행정 수반인 내각총리대신(수상)이 국회에서 선출되며 총리가 사실상 최고의 권력을 지닌 구조를 말한다. 일본에서 국왕(일본에서는 ‘천황’이라 호칭)은 명목상의 국가원수일 뿐이다. 

일본의 국회는 중의원 및 참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이다. 총 717명 전후로 구성된다.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하지만 임기전에 국회가 해산되면 그에 따라 해당 임기도 단축된다. 현재까지의 평균을 보면 약 2년반만에 해산되어 다시 중의원 선거가 치러져 왔다. 참의원은 6년마다 치르는데, 3년마다 절반을 다시 뽑는다. 임기내 해산은 없으며 다른직 업의 겸직도 금지된다.

중의원은 내각이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참의원보다 먼저 심의할 권리를 갖는다. 또한, 신임수상의 지명과 조약체결에 관한 심의에 있어서도 참의원보다 우선권을 가진다. 이에 더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상반된 결과가 통과되었을 때는 중의원에서 다시 심의하여 그 결과를 최종의결로 인정한다.

내각의 총리는 중의원에서만 선출되며 참의원 의원은 총리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중의원에만 내각 불신임안 또는 신임 동의안의 제출 권한이 있다. 이러한 중의원만 가지는 여러 권한 덕에, 일본 정부의 공식 서열상으로는 참의원이 중의원에 앞서게 되어 있지만, 사실상 중의원이 일본의 정치 구도를 결정한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일반적인 양원제 국가에서 상원이 귀족들의, 하원이 평민들의 모임이었던 것에 기원한다. 그러다가 민주화 등으로 귀족들의 권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상원의 힘 또한 더 약화되었고, 반대로 하원의 힘은 점점 더 강화되며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하원의 권한이 상원보다 더 강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는 처음부터 귀족계급이 없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상원의 권한이 더 강하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지닌 일본 정치는, 우리 정치와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몇 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국민들의 심각한 ‘정치 무관심’이다. 일본인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상당히 심각하다. 기명투표라는 선거방식으로 인해 투표율 또한 매우 저조하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의욕도 타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등이 자생하기 쉽지 않다.

웬만한 중요사안이면 광화문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우리와는 달리, 인구가 1억3000만명에 육박하는 일본에서는 1만명정도가 모이는 경우도 드물다. 스스로도 3류정치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하는 일본인들에게 플라톤Platon의 저서《국가》에 나오는 소크라테스Socrates의 “이보게,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당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것이라네”라는 명구를 떠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으로 우리와 큰차이는, 일본정치권 특유의 광범위한 ‘세습 의원제’이다. 일본정치권에는 세습의원들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부모나 조부모 또는 친척이 국회의원이고 그들에게 같은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을 세습의원이라고 한다. 특히 세습의원이 많은 자민당 정부에서는 내각의 반정도가 세습의원인 경우도 있었다.

우리 같으면 ‘금수저’라고 불리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전통’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도 강하다. 이는 어느쪽이 더 좋고 나쁘다의 문제라기 보다는 단지 우리와 그만큼 다르다는 것으로 알아둘 문제이다.

아베총리도 마찬가지다. 그의 외조부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려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총리다. 기시 전총리는 태평양전쟁후 A급 전범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기소로 풀려난뒤 다시 정치가로 복귀하여 나중에는 총리까지 된 사람이다. 일본이라는 ‘독특한’ 정치환경을 지닌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재미난’ 현상이 아닐수없다. 

세번째로, 간접선거에 의한 총리선출제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지만 일본은 총리를 국민이 직접 뽑지 못한다. 일본의 총리는 집권당의 총재가 겸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집권당의 총재로 선발되면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현재 일본의 집권당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국민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민당 당원등이 투표한다. 이처럼 일본의 총리는 일반국민에 의한 직접선거가 아닌, 특정 정당의 당원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발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