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의 '시차(時差)'를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
한일 간의 '시차(時差)'를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8.0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일본은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과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한국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일본은 1991년 버블이 붕괴돼 20년간 장기불황을 겪었다.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아직도 불황의 터널에 놓여있다. 일본은 1946년에서 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한국은 1958년에서 1963년까지 베이비붐 세대가 70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서로 다른점도 적지 않지만, 거의 10여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산업구조와 인구분포등을 지니고 있다. 현재의 일본을 보면 얼마후의 우리 사회 및 경제 등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먼저 한일간의 ‘시차時差’를 잘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기업을 한번 보자. 

롯데그룹은 한일양국의 어느 정도의 ‘시차’를둔 사회현상을 비즈니스의 토대로 잘 활용해 왔다.롯데그룹의 창시자인 신격호회장은 어린시절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다가 문득 일본사회에서 유행하는 상품을 한국으로 가져가 보기로 했다.

그는 당시 일본에서는 유행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채 알려지지 않은 ‘껌’이란 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했다. 이것이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롯데는, ‘빼빼로’ 등 일본에서 성공한 제품을 한국으로 더 많이 수입해 판매하는 형식으로 점점 더 큰 재미를 보며 본격 성장세를 타게 되었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도 이런 시차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남양유업의 차음료 ‘17차(2005년출시)’는 일본 아사히음료의 ‘16차(1993년출시)’를 모방했다는 평가가 있고, 2018년초 오리온이 출시한 프리미엄 냉동 디저트 ‘마켓오 생초콜릿’은 일본의 유명 생초콜릿 ‘로이스 생초콜릿’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유통·식품업에서 역사가 길고 선진화된 것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는 일본식 작은 식당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사회 청년트렌드의 바로미터로 손꼽히는 홍대나 합정상권에는 ‘일본열풍’이 불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과거 대형 이자카야가 일식창업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테이블 10개 안팎의 소규모 음식점이 붐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학생활을 한 나로서는, 단지 시간문제 였을뿐, 우리사회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1990년대 후반에 이미 청년실업 문제와 이로 인한 1인가구 증가 등을 겪은 일본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경기침체가 본격화 되면서 1인가구가 급증 했다. 1인가구 비중이 전체의 34.5퍼센트(2015년)에 달할 정도이다. 현재 우리 또한 일본처럼 1인가구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그 속에서 일본에서 일상화된 ‘혼밥’과 ‘혼술’이나 편의점 도시락과 소포장 상품 등 일본식 소비 트렌드가 우리 사회로 속속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사회 문제를 알고 나면 이후 닥칠 우리 사회의 모습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일본의 1993년~2013년, 즉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초래한 일본사회의 변화 가운데 ‘아라포세대’와 관련된 사회문제도 그 하나다.

장기불황이 양산한 ‘중년독신층’을 일본에선 ‘아라포세대’라고 부른다.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라는 영어를 줄인 말이다. 원래는 단순히 마흔전후 남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잃어버린 20년’ 때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들은 ‘취업빙하기’에 사회에 나와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또한, 이세대는 한창 결혼할 나이에 안정된 직업이 없어 결혼을 안하거나 못한 사람이 많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2010년 무렵에 한국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취업난등에 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들이다. 일본의 아라포세대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뒤 한국에 삼포세대로 나타난 것이다. 아라포세대가 일본사회에 초래하고 있는 문제는, 중년 독신층들로 인한 저출산 등 실로 적지 않다. 그런데 이미저 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사회에 아라포세대 문제마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신도시정책과 일본의 수도인 도쿄도심 재개발 규제 완화 또한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있다. 우리의 신도시는 일본의 신도시 정책을 토대로 나온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신도시인 다마신도시가 유령도시로 추락하게 된 원인 등을 들여다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마신도시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 도심에서 서쪽으로 30∼40킬로미터떨어진 위성도시다. 조성초기 유입인구는 빠르게 증가했다. 도쿄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도로나 학교, 공원 등 각종 기반시설이 완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 연령층들이 일자리를 찾아 더 큰도시로 떠나고 거리에는 노인들만 남은 유령도시로 전락 했다. 2030세대들이 이들 신도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야기한 원인중의 하나로는, ‘도심회귀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들 신도시 개발정책 뒤에 나타난 도쿄 재개발 사업등이 일본의 신도시 정책을 망치게 만든 것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선진국형 도시계획 모델인 ‘콤팩트 시티’를 내세워 도심 재생사업을 활발히 진행 했다. 콤팩트 시티는 한정된 부지에 고밀도로 개발하는 압축도시로, 주거·상업·업무·문화·교육시설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시설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베드타운 기능만 하던 신도시의 핵심인력 청장년층을 다시 도쿄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들은 출퇴근 비용과 주거비용, 기회비용 등을 따졌을때 도쿄에 주택을 얻는것이 더 이득이라고 여겼다. 이로 인해 도쿄주변의 신도시로 거주지를 옮겼던 노동연령층이 대거 도쿄로 회귀하면서 일본신도시들이 몰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사회의 이와 같은 모습은, 서울 주변에 다양한 신도시 및 그와 유사한 새로운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시 서울도심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것 같다.

한편,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지혜롭게 받아들이며 활용하는 다음과 같은 모습은 우리 사회가 적극 참고 했으면 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세대교류를 생활공간에 심으려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일본정부는 유아·노인 일체사업이라고 해서 보육원·유치원을 고령자 거주시설과 나란히 짓도록 하고 예산을 지원한다. 종이접기, 찰흙빚기, 화초심기 등 아이들과 시니어 모두에게 필요한 놀이들이 많다. 이를 같이 즐기게 하니, 누구에게 더 좋은건지 모를 정도로 조화롭다는 평가이다.

이와 같은 세대교류와 고령친화 노력 등을 통해 초고령사회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최소화할 뿐더러, 사회를 더 부드럽고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모습 또한 눈여겨 볼 지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