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는 자발적 약소국 대한민국 (上)
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는 자발적 약소국 대한민국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0.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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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일전에 언급했었던 3국문제(국내∙국경∙국제 문제)등으로 인해 중국의 상황은 실로 녹록지 않다. 이를 잘알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의 라이벌들은 대중공격의 고삐 를더욱 조이 고있다. 중국 당국자가 현상황에 대해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한탄하는 것도 엄살만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조그만 나라라도 자기편에 가까이 둘 필요가 있다. 하물며 이웃나라임과 동시에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우리에 대해서는 어떠하겠는가.

실제로 동북아에서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거나 혹은 미중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 중국 당국은 우리에 대한 접근을 강화 한다. 심지어는 아무 것도 아닌 나에게도 찾아와 우리가 자기들 곁에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는 혹은 최소한 자기들 곁에서 멀어지지 않을 방안을 묻는 등 노심초사하곤 한다. 이것이 오늘날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우리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긍정하든 부정하든, 이것이 ‘팩트’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을 너무나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팩트를 알려주려 해도 도무지 믿으려 하질 않는다. 믿으려 하기는 커녕 ‘친중파’라는 붉은 딱지를 붙이고 경원시한다.

실제로 중국의 이와 같은 모습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나 외교 당국자 등에게 들려주면, 반응은 거의 한결같다. “아이고, 교수님, 중국 같은 나라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 눈치를 살피겠어요”, “에이, 중국 같은 대국이 설마…” 이런 반응 때문에 내 속은 이미 까맣게 타버렸다. 중국에 대한 자기 비하가 너무 심한 것이다.

자신감은 고사하고 약소국 마인드에 푸욱 절여져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중견국 대한민국의 정치외교를 담당하고 있다니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 경차만 운전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고급 중형버스를 운전하라고 맡긴 격이다. 우리의 정치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비굴한 자세에 대해 알게 된다면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큰 덩치로는 할 수 없지만 작은 덩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도 많다. 힘이 센 사람도 힘이 약한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다. 중국이 직면한 3국문제가 심각해 질수록 중국은 우리를 그만큼 필요로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라이거나 혹은 20세기 6·25 직후의 약소국가 그대로 였다면 상황은 다를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바로 붙어있는 중견국가이다. 우리의 제반상황이 중국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따라서는 중국의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동북아의 국제관계에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의 눈치도 살핀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할수도 있으니 자신과의 관계를 지켜주길 바라곤 한다. 실제로 나는 중국 공산당 당국과 이와 관련한 ‘경험’을 몇번이고 해봤고 현재도 그렇다. 그 가운데 안타까웠던 몇가지를 간단히 돌아 본다.

먼저 중국 지도나 교과서에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동해/일본해’와 같이 병기하는 사안이다. 2012년 일본의 아베정권이 중일양국간의 영토분쟁중인 센카쿠쇼도(중국명디아위다오)를 전격 국유화한뒤 중일 양국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중국전역에서 연일 반일데모가 전개되며 중국내 일본상점이나 일본기업이 수난을 당할 정도였다. 때마침, 당시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동해병기법’이 발효되는등, 일본해 단독표기를 최소한 동해로 병기하고자 하는 기류가 일던터였다.

이에 나는 일본에 대해 씩씩거리는 중국을 활용할 기회로 생각했다. ‘남의 샅바로 씨름을 하다(人のふんとしで相撲を取る, 히또노훈토시데스모오토루)’라는 일본어 속담처럼, 나는 중일 양국의 악화국면을 활용하여 중국 지도나 중국 교과서의 일본해 표기를 ‘동해/일본해’와 같이 병기하고자 했다. 

이를 우리 외교 당국자에게 들려주었다면 또 ‘에이, 교수님’ 하며 코 웃음쳤으리라. 그래서 독자적으로 ‘작업’을 걸었다. 몇 번에 걸쳐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 일본에 대한 분노를 살살 긁으면서 내가 일본 유학 시에 개인적으로 연구한 결과 알게 된 ‘디아위 다오는 중국 영토’라는 점과 일본의 영토 야욕에 대해 우리 한국 국민들도 중국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다독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로부터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사람의 한국인 전문가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어는 곡선적이다. 그 이면의 함의를 잘 읽어내야 한다. 당국자들의 말인즉슨,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정식으로 병기 문제를 요청하면, 중국 정부로서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본심은 나와의 논의가 있은 지 얼마 후, ‘한중 의원 간담회’에서도 확인되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우리 측 국회의원이 중국 측에 대해 ‘동해/일본해’ 병기 여부를 묻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중국 측의 이런 반응을 들은 나는 바로 한국의 한 언론사에 전달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언론사를 통해 “中당국자 ‘韓요청하면中도 동해 병기 검토 기류’”라는 뉴스 보도로 우리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보도가 있은 그다음날, 우리 외교부의 정례브리핑 시간에 한 기자가 외교부 대변인에게 이에 대해 질문했다. 그랬더니 대변인 왈, “그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정부가 정식으로 우리정부에 요청해 오면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것이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아니 누구에게 필요한 일인가! 누가 누구에게 요청해야 들어준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도 차라리 그 대변인이 뭔가 잘못파악하고 대답한 것이었기를 믿고 싶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을 중국측에는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난감 했다. ‘또’ 말이다.

※이어서 다음 주에는 '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는 자발적 약소국 대한민국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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