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중미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 (下)
남북중미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2.0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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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위태롭게 잡은 운전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빠르게 진전된 남북문제나 북한 비핵화 관련 사안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아닌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주한미군 가족의 소개령을 내리려 했고, 영국정부도 자국민 구출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언제든지 한반도를 떠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한반도는 우리의 터전이 아닌가. 한반도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다른 이들과 같을수 있겠는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관심은 그누구와도 비교할수 없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한반도의 운명 즉,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침략당하고 식민지배 당하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민족이다.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남북이 분단된채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우리 스스로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주도하며 이끌어 나가야 마땅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지지한다. 이를 토대로한 외교 또한 아직까지는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반도 운전자론’이 방법상 어느정도 수정이 필요한 노선이라고도 여긴다. 운전을 할때는 운전대를 양손으로 쥐고 하는게 상식이다. 그래야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그런데 현재 한반도라는 자동차의 운전대는 여전히 미국이라는 한손에 의지한채 나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이 노력해서 아무리 좋은 성과와 결실을 전망하게 된다해도 그 결실은 ‘한계가 뚜렷한 성과’요, ‘부분적 성공’에 불과하게 된다. 미국이 ‘No’ 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미중 대립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뿐 아니라 ‘숙적’으로 여기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당초 2018년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할 것으로 알고, 나에게 한중 정상회담을 통한 한중관계 강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다양한 ‘선물’도 준비하려 했다. 우리 대통령의 불참으로 불발 되었지만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 역시 동아시아지역 개발 등을 위해 우리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강대국들도 한반도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역내에 그들의 영토가 없지만, 다른 강대국들은 한반도 주변에 영토를 지니고 있어 한반도 사안을 그만큼 더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한반도 운전대를 양손으로 안전하게 잘 잡아야 한다. 미국이라는 오른손과 중국과 러시아라는 왼손으로 운전대를 보다 안전하게 부여잡은 뒤, 다양한 사고를 예방하는 가운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향하는 험산준령을 지혜롭고 안전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국익 추구만이 있을 뿐이다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듭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천년동안 갖은 풍파를 이겨낸 늠름한 우리 한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적확한 지략’과 ‘담대한 기개’입니다. 이를 토대로 더 늦기전에 21세기 우리 한민족의 길을 우리 스스로 다져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저들이 아니고, 저들이 우리가 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언제까지 다른 이들의 손에 우리의 명운을 맡겨야 한다는것 입니까!” 

이는 2017년, 중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접하며 필자가 강연을 위해 메모했던 글의 일부다. 당시 우리정부는 미국에게 중국이 사드제재 조치를 해제하도록 요청해 줄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미중 정상회담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구세주’ 바라보듯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나는 처음부터 여러 방송프로그램에 나가 ‘실현될 수 없는 허망한 기대’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현안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 두나라이다. 게다가 글로벌 관점에서 두나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더 크고 중요한 현안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친절하게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을 하는 나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곱지 못한 시선을 나는 잘안다. 하지만 단한명이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며 나서야할 것이 아닌가. 이뤄질 수 없는 헛된 기대속에 우리 모두의 심신만 상하게 할게 아니라, 차라리 그 시간에 무엇이라도 보다 더 현실적인 노력을 하도록 고언하는 사람도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결국 미중회담의 결과는 ‘역시나’였다. 걱정말라며 ‘엄지척’을 해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를 두고 허탈해 하며 착잡해 하던 우리사회의 모습에서, 정글속에서 헤매는어린사슴 한마리가 오버랩되었다. 언제나그랬듯이….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 다만 영원한 국익 추구만 있을 뿐이다. 영원불변한 대명제가 아닐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명운을 외세에 의탁하려는 안타까운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피터팬 증후군일 수도 있다. 건장한 청년이 유소년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격이다.

한반도 역사상 오늘날의 대한민국 시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중심이 되어 그려가야 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지금 새롭게 바뀌려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시대인 ‘팍스 시니카’는 중국의 전반적인 국력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시기상조이다. 한중일 3국이 선두가 되어 아시아가 시대를 이끌어 가는 ‘팍스 아시아나’ 의 시대가 먼저 도래할 것이라 예상되는 것이다.

이는 곧 중일 양국을 사이에 두고 이들을 중개하고 활용하기에 가장 유리한 우리 한민족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질 수 있 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이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가 가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새로운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졌다. 우리의 저력을 믿고 새롭게 다져나가자. 우리가 누구인가. 남달리 진취적이며 뚝심 있는 불굴의 ‘한반도 DNA’를 계승한 한민족의 후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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