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역사 교육과 감정싸움 (中)
중국과 일본의 역사 교육과 감정싸움 (中)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3.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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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그런데 이들 신중국인을 가까이서 바라보노라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몽골의 침략에 맞서 군사를 일으켰다가 전사한 송나라 때의 영웅 악비 장군을 묘사한 유명한 소년 동화 「악비전」을 배우며 민족주의 감정을 키운 신중국인들의 애국심과 민족주의 성향이 너무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역사가 들먹여질 때면 즉시 험구를 마다 않으며 인터넷에 반일 서명을 주동한다. 또한 조그만 섬나라 주제에 “우리 14억 중국인이 일시에 일본을 향해 침을 한 번 뱉으면 떠내려 갈 놈들!” 이라며 흥분한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개인주의적 색채가 강하지만 유독 ‘중국 대 타국’ 또는 ‘중화민족 대 타민족’ 이라는 구도가 되면 스포츠에서 조차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스스로 키워 온 이들에 대해 힘겨워하기 시작했으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중국 정부의 방침이 이들과 현저히 다르게 수립되어 결국 이들이 자국 정부를 향해 그들의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표출한다거나, 혹은 WTO 가입 등으로 인해 유입된 민주적 사고방식이나 자본주의적 가치관 등이 이들 신중국인과 결부되어 중국 정부나 공산당에게 맞선다면 국가 전체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들 신중국인들이 주도하는 중국 내 반일 분위기는 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하며 한없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그럼 여기서 중국의 일반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인상을 한번 살펴보자.

댜오위다오釣魚島(중국과 일본 간에 영토분쟁이 이뤄지고 있는 곳)를 둘러싼 일본의 반응이나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 또는 일본 내에서의 과거사 관련 망언이 나올 때마다 중국 전역의 반일 감정은 점차 그 수위를 높여 간다. 이들 중국인들은 중국 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찢으며 항의하고 중국 대륙의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전개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본을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웹 사이트가 나날이 늘어나고 그 동조자들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인 ‘애국자동맹 인터넷’ 에서는 중국인 청년 몇 명이 일본이 실력으로 점거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즉 댜오위다오에 상륙할 때 그 모습을 실황 중계까지 하며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기도 하였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 중국인 동료 교수에 의하면 실제도 그동안 중·일 양국 모두 뾰족한 해결책이 달리 없는 댜오위다오 문제가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음을 알고 가급적 부각시키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에 의해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그 교수는 이것이 자국의 민족주의로 연결되면 양국 정부도 자국의 국민감정을 고려한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밖에 없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악화일로의 양국의 국민감정이 영토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과 결부되면 두 나라 모두 자국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 압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양국의 민족주의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욱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 있으니 민족주의의 분출과 그로 인한 우려는 중국이 결코 일본 못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우익화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진주한 연합군 사령부의 이른바 ‘일본인의 애국심 못 갖게 하기’ 정책 등에 힘입어 일본 사회 내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도 애국심 교육을 둘러싼 대립이 심각하다. 다시 말해 우익 세력이 있다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아니 훨씬 더 많은 건전한 일본인들이 있다.

또한 이들은 과거 일본 사회의 과오에 대한 알레르기를 아직도 깊이 간직하고 있다.지금의 일본은 우리가 우려하듯 과거의 일본처럼 그렇게 간단히 “우향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침묵하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더욱 많은 일본의 양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어떤가? 중국의 기차역 구내나 공공건물 등에서는 이따금 “와!” 하는 탄성 소리가 들린다. 다름이 아니라 중국 팀과 다른 나라 팀과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면서 중국인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이다. 평상시에는 개인주의가 심각한 중국인이지만 국가와 관련해서는 금방 하나가 된다. 스포츠 경기에서 자국을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중국인들의 그런 배타적 단결심은 섬뜩하기 조차하다. 이와 같은 강한 응집력과 민족주의적 현상 역시 신중국인, 즉 중국의 젊은 세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중국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지나치게 배타적인 애국·민족주의를 경계하고 견제하고 다듬어 줄 이렇다 할 다른 축이 중국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중국의 민족주의는 마치 거대한 둑이 터져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물이 새어 나오듯 통제 불가능한 모양으로 일본의 그것보다 더 위험하게 분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일 양국의 ‘과거’는 풀리기는커녕 더욱 얽히고설킨 채 양국의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심각한 경색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어서 다음 주에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교육과 감정싸움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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