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기유학 열풍의 허와 실 (上)
중국 조기유학 열풍의 허와 실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3.1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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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개인의 경쟁력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중국 조기유학에 대해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래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비롯되어지는 중국 조기유학의 심각성이 점점 정도를 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을 떠나보낸 가족들의 고심은 물론 중국에서 소중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멍들어 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청소년에 대한 중국 측의 인식 또한 악화되어 있다.

“담배 피우거나 쓰레기 버리는 것은 우리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의 한 명문 고등학교 국제부 담당 주임 장후이린 선생의 말이다. 교정에서도 서슴지 않고 담배를 피우거나 교칙을 지키지 않는 등 ‘말 안 듣는’ 한국 유학생들을 떠올리며 내뱉은 뼈 있는 말이다. 조기유학 온 한국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접하는 가운데 우리 학생들의 실태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의 한국 학생에 대한 인식은 날카롭다.

한편 그의 우리 학생들에 대한 인식은 위험하기도 하다. 중국으로 유학 온 ‘일부’ 우리 학생들을 통해 한국 학생들 전체의 모습인 양 오해하는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의 적지 않은 수가 어처구니없는 우월주의에 빠져 길거리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고성방가를 하며, 중국인들을 조소하는 등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인보다 더 안 좋은 행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 유학생들의 이미지가 오도되는 것은 유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간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현재 국제화,세계화 시대를 주름잡기 위한 준비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는 ‘교육의 국제화’ 정책이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중국 학생들의 외국 유학과 외국 학생들의 중국유학제도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외국인 조기유학생의 수용도 이와 같은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외국에 개방해도 문제가 없을 중국 각지의 명문학교를 선별한 다음 외국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개방하여 중국 학생과 중국 학교의 세계화를 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한국인 조기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학교는 웬만한 중국 학생들은 입학하기 힘든 중국의 중점학교, 즉 우리나라에서 말하자면 명문학교들이다.이들 학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받고 있어,‘돈벌기’ 위해 외국인 조기유학생을 받아들인다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국의 유학 관계 업체나 학무모들은 중국 학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외국 학생들을 수용하는 중국 학교들은 재정적 어려움이 없습니다.”

상하이 소재 W 고등학교의 카이륀 교장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유학을 알선하는 한국인 업자나 한국인 부모들은 학교 재정 등의 이유로 조기유학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단언한다. 외국인에게 개방하고 있는 학교들은 관할 당국의 재정적 지원이나 학부모들의 기부금 덕에 재정적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중국 학교가 외국인 학생을 수용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 정부의 국제화 정책을 실천하기 위한 차원이다. 선진국 학생들의 ‘선진적’ 모습으로 중국 학생들 수준을 끌어올려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몇 마리 미꾸라지가 깨끗한 개울물을 온통 휘젓고 다니듯” 한국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중국 학생들을 물들이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국 학교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한국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적지 않은 ‘통쿠痛苦(고통과 고민)’를 필요로 한다.”는 중국 명문 상하이 교통대학 부속 중∙고등학교의 국제부 부장 선생을 비롯하여, 한국 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 학교 당사자들이 거의 대부분 공감하는 고민이다. 이렇게 볼 때,중국 학교들의 한국인 조기유학생의 사실상 수용 거부 움직임은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 격이다.

※ 이어서 다음 주에는 ‘중국 조기유학 열풍의 허와 실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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