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기유학 열풍의 허와 실 (下)
중국 조기유학 열풍의 허와 실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3.2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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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우리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J 고등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을 관리하는 교사 강 모 씨가 조기유학중인 우리 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되뇌는 말이다. 15년 이상을 한국과 중국에서 교직에 종사해 온 그에게 있어 일그러진 중국 조기유학의 현황은 한국 쪽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까지 중국으로 오는 한국 학생들의 면면, 즉 우수한 학생들은 주로 영·미권으로 보내고, 한국의 대학입학에 자신이 없거나 학교생활에 다소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주로 중국행을 택하고 있는 실정을 본다면 중국 조기유학의 현황 파악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받아들여 주는 중국 학교들은 수준이 높은 명문학교임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이에 ‘적합하지 못한’ 학생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 조기유학의 현실에서 우리 학생들이 현지 학교에 적응하고 따라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중국행 조기유학은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채, 부실한 콩 심은 데 더 부실한 콩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설상가상으로 중국 조기유학의 점입가경의 난상은 더해 가고 있다. ‘교육’적 차원보다는 ‘돈벌이’를 위주로 한 유학 알선업체가 속속 난립하여 온갖 감언이설로 부모와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출발에서부터 제대로 된 과실을 기대하기 힘든 안타까운 상황이 중국행 조기유학의 급물살을 타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중국 조기유학의 난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유학을 목적으로 한 자질 있는 학생이 와야 한다. 마지못한 대안으로서의 중국 유학이 아닌, 중국 유학이 최선인 적극적인 중국행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학교 교칙도 잘 준수하고 중국인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격의 없이 교류하는 가운데 중국 문화와 생활을 향유해 나갈 수 있다.

다음으로는 중국을 하대하는 우리사회의 인식과 내 자식의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잘 안 된’ 우리 아이가 다른 곳에 가서 갑자기 좋아질 리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새지 않겠는가. 더욱이 럭비공과 같이 어디를 튈지 모르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의 관리와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서 잘 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고생하는’ 내 자식의 이야기만 듣고 중국 학교나 선생님 탓만 하는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오히려 내 자식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중국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 내 머릿속의 낡고 그릇된 인식이 우리 아이들의 언행으로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로는 제대로 된 유학 알선 업체를 잘 선별하여 보내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곳이란 조기유학을 비즈니스 위주가 아닌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며 이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학 관련 기관을 말한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교사들의 학생 지도 이념과 방식은 우리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이 우리 학생들을 지도하고 관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인 관리 교사가 학교 안에 상주하며 체계적으로 우리 학생들을 지도 관리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어느 정도의 유학 업체는 이러한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내실’을 기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일과 생활 적응에 신경 쓰다 보면 영어나 수학과 같은 중요 과목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이들 과목에 대해서도 가급적 한국인 유자격자가 꼼꼼하게 지도해 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을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만큼 학생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행 조기유학과 관련하여 유학 업체의 난립으로 저가격 경쟁의 조짐이 빚어지고 있는데 쭉정이를 가려내는 것 또한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투자없이 그저 싼 맛에 내 자식을 해외로 내몰고 좋은 결말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교육을 제대로 된 곳을 통해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조기유학을 보내려는 부모들 또한 제대로 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 조기유학에서 중국이라는 미래를 준비함과 더불어 서구 선진국이라는 현재도 동시에 섭렵하려면 차선이나 최후적 대안으로서의 중국 유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지금까지처럼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듯한 중국 조기유학은 자식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지름길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상하이의 중국 조기유학 전문가 김 모 씨의 말처럼 중국 유학 또한 다른 분야에서의 투자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하여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해 나가는 사람만이 그 과실을 기대하며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중국 조기유학의 성공여부는 다름 아닌 바로 나,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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