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종교 문화 (上)
한·중·일의 종교 문화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3.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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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사진=후시미 이나리 신사
사진=후시미 이나리 신사 (일본 교토)

동북아 3개국의 종교는 각국에 따라 신앙심과 그 표현방식이 너무 다르다. 먼저 한국을 보자. 한국의 종교색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뚜렷하다. 개신교 신자이면 거의 모든 생활이 그 교리안에서 이뤄지며 이 같은 현상은 불교나 가톨릭, 혹은 다른 종교 신자라도 거의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아기가 태어나면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결혼 예식 또한 교회에서 하고, 장례도 개신교 예법에 따라 치루는 등 거의 모든 의식을 자신이 속한 종교에 따라 행한다. 이처럼 한국은 일상생활에 있어 특정 종교색이 3국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이와 같은 유일신 사상이 그렇게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개신교의 교세도 일본에서는 한국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이유는 개신교 포교 당시의 탄압에 대한 결과라기보다는 일본인 정신세계에 있는 애니미즘적, 다신적 자연 숭배 사상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는 전통적인 ‘하늘 신天神’ 숭배 사상이 있어, 유일신을 주장하는 종교와도 맥을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유일신 사상이 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온갖 자연물이 숭배의 대상이 되며 이런 애니미즘적 숭배 대상인 신이 약 8만 종류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역사와 전통을 통해 수많은 신들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에게 하나만이 옳다는 유일신 사상은 뿌리내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원 때문인지 일본인들의 출생, 결혼, 사망 때의 종교적 색채는 참 재미있다. 물론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들이야 다르겠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은 신생아가 출생하면 일본 고유의 신사神社에 가서 조상들에게 후손이 태어났음을 고한다.

그 의식 또한 의식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다. 가까운 신사에 가서 선 채로 손바닥을 두 번 두드려 합장하며 신생아의 출생을 알리는 정도일 뿐이다. 소요 시간은 고작해야 1~2분 걸린다. 이를 테면 우리의 삼신각에 가서 삼신 할매나조상신께 머리 숙여 기쁨을 알리는 식이다.

최근 일본에서 결혼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이나 교회를 즐겨 찾는다. 그런데 교회에서 예식을 한다고 해서 개신교식 결혼 예법을 따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교회라는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가는 것뿐이다. 그럼 왜 예배당이나 교회에 가는가?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서구 사회 동경을 잘 말해 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즉 TV나 영화 같은 것을 보면 미국이나 서구 유럽인들은 예배당에서 주로 예식을 올리지 않는가. 바로 이러한 모습에 매료되어 이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교회에서의 예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교회라는 ‘장소’만을 빌린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진짜’ 교회를 빌려 예식을 올렸는데, 이제는 사업적으로도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착안에 힘입어 아예 예배당의 겉모습과 같은 결혼식장이 따로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의 장례식은 어떠한가? 이때는 주로 불교 예식이 등장한다. 스님을 모셔다가 불경을 외우게 하고 향을 피우며 망자의 넋을 기리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도 우리처럼 주로 삼일장을 지낸다. 이 3일 동안 스님을 모셔와 불경을 외우게 하는 비용은 사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것이 일종의 일본식 장례 전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비용 절약한다고 마지막 떠나는 사람에게 박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스님을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그나마 일본 사회의 주 종교인 불교에 대해 일본인들이 곱지만은 않은 인상을 지니게 된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승려가 돈만 밝힌다는 것인데, 실제로 일본의 절들은 일반적으로 부유하다.

※ 이어서 다음 주에는 '한·중·일의 종교 문화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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