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종교 문화 (下)
한·중·일의 종교 문화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4.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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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사진=중국 최초의 절 백마사 (출처=위키미디어)

한편 중국에서의 종교는 어떨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라 종교가 없을 것 같지만 종교는 중국의 1982년 개정 신헌법(제36조)에 의해 인민의 권리로 보장받고 있는 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러면 “종교는 아편과 같다.”는 칼 마르크스의 말은 무슨 뜻일까? 이는 우리에게 다소 와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확실히 종교는 아편과 같다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무조건 배척, 탄압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주의식 시장 경제를 수용한 뒤 중국에서는 종교는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전개된 적이 있다. 중국의 종교에 대해 연구하는 오재환 씨에 의하면, 일찍이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어 닥친 상하이 등지의 남방 학자들과 그렇지 않은 북방 학자들 사이의 종교에 대한 생각은 매우 다르다고 한다.

남방에서는 수많은 신앙인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종교를 아편에 비유하는 것은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에 비해 북방 학자들은 “아편이 진통 효과가 있듯이 종교도 신앙자의 정신에 안위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회 자체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을 사회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고난 가운데 있는 삶들이 정신적인 진통 혹은 마취를 종교에서 찾게 되므로, 사회에 결함이 남아 있는 한 종교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즉 양자의 차이는 “남방 학자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종교론을 부정하고 대체적으로 종교 존재의 긍정론을 주장하고 있음에 비해, 북방 학자들은 마르크스의 종교관을 옹호하면서 사회 구조의 취약성이 남아 있는 한 종교도 한시적으로는 존재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해석에서도 알 수 있듯,여하튼 중국에도 종교는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마르크스의 말은 “종교가 잘못 가질 수 있는 아편과 같은 기능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령 아편(마약)은 고통이나 병에 대해 일시적인 고통 완화 등의 기능은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에 사용될 수는 없다. 그 일시적 고통 완화마저도 계속해서 아편(마약)에 의존해야 하는 무서운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가.

즉 마르크스는 자칫 잘못하면 종교 역시 이와 같은 아편의 속성과 같이 작용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라고 한다. 종교는 사실 어떤 사회가 지닌 ‘현실적인’ 근본 문제 치유에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런데 권력자가 종교라는 매개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일반 대중의 사회 비판과 견제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변혁을 위한 노력을 저해하여 이로 인해 그 사회의 병리가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라 한다.이것을 슬기롭게 잘 극복한다면 종교를 박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활한 대륙에서 수많은 이민족과 공존해 온 중국인들은 외래적인 것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 같다. 종교에 대한 태도도 역시 마찬가지다.중국에는 현재 불교나 유교 외에 회족의 이슬람교나 마니교 신자들도 꽤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종교로 인한 불상사는 거의 빚어지지 않는다. 새 종교가 들어와도 내용이 건전하고 또 기존의 다른 종교적 전통을 서로 존중하면 중국의 또 다른 종교로서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서도 한 가지 종교가 한국처럼 대규모로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편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중국 정부는 종교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배타적이지 않다. 중국에도 적지 않은 불교 신자, 기독교 신자, 가톨릭 신자, 이슬람 신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종교의 자유를 공민의 기본권으로 향유하고 있다. 단지 공산당원만 종교의 자유에 제한이 가해진다. 공산당은 무신론자이며 가장 선진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란다.

중국 내 외국인들의 종교 활동도 보장된다. 다만 외국인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도에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아편전쟁 이후 서구 세력이 포교권을 획득하여 중국인들을 착취하려 했다는 점과 1960년대의 문화혁명 당시 개신교 종교 활동이 미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상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헌법 제36조에는 “종교 단체와 종교 업무는 외국 세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어, 외국인에 의한 포교 행위는 위법이 되며 적발 시 투옥이나 추방 등의 엄한 조치가 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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