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사회주의인가?
중국은 왜 사회주의인가?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5.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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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서로 문물을 주고받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유사점이 많을 듯도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반대로 외국이니 만큼 엄청나게 다를 것도 같지만 실상 유사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3국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미묘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3국의 아리송한 관계 중에 명백하게 다르다고 주장되는 하나가 있으니 한·일 양국의 자유민주주의제와 중국의 사회주의제가 바로 그것이다.

1949년, 마오쩌둥이 지금의 신新중국을 건국하며 사회주의를 채택한 이래 반세기가 더 지난 오늘날의 중국. 건국 당시 상황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중국은 의연하게 사회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현실은 중국의 ‘사회주의성’을 느끼기 힘들게 한다. 일상생활에서는(정치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인지, 또는 어느 부분이 사회주의라는 것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중국을 아직도 사회주의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일까?

나는 상하이의 한 명문대학 종신교수이며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주의 및 중국 특색 사회주의론의 대가인 한 노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끝난 뒤 동석했던 30~50대의 중국인 교수들과 한잔씩 주고받으며 대화의 장을 가지게 되었다. 격의 없는 대화가 오고간 그곳에서 나는 중국에 관해 가지고 있던 오랜 의문 중의 하나를 끄집어내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들 하는데, 사실 나로서는 그 개념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본주의와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런 느낌은 중국 생활 속에서 더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

“……”

나의 짧은 우문愚問 하나가 십수 명의 흥겨운 대화에 일순 찬물을 끼얹게 되었다.

국민당과의 대립 속에 항일 시기도 겪어 내며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쫓아낸 뒤 드디어 광활한 대륙에 오성홍기를 꽂게 된 신新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이때부터 중국은 사회주의 신중국으로 바뀌게 되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초로 한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노정을 다져 나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말의 중국 대륙은 ‘개혁·개방의 설계사’라 불리며,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의 기초를 닦은 덩샤오핑에 의해 또 다른 사회주의 길을 걷게 된다. 덩샤오핑이 이끌던 당시의 중국식 사회주의는 다음과 같은 그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1. 1970년대의 백묘흑묘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간에 쥐만 잘 잡으면 훌륭한 고양이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그의 실용주의 철학을 잘 읽을 수 있다.

2. 1980년대의 사회주의 만능부정론
아무리 사회주의라도 인민을 배부르게 하지 못하면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교조敎條에도 속박됨이 없어야 한다는 그의 사회주의 수정론 철학을 읽을 수 있다.

3. 1990년대의 발전도리론
스스로 최고라 자부해도 객관적으로 열등하면 결국 조소꺼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발전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는 그의 실사구시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철학에 힘입어 덩샤오핑의 중국은 마오쩌둥의 중국과는 또 다른 모습을 지향하게 된다. 그 결과 1992년에는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계획 경제’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슬로건 하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덩샤오핑 집권 또 다른 40여 년을 보내고 있는 오늘날의 중국.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2~3개월이면 거리의 지도가 확 바뀔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중국에 40여 년이란 세월이 지니는 무게는 실로 엄청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밝힌 나의 의문점은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즉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마오쩌둥 당시 중국의 사회주의와 오늘날 중국의 사회주의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겼을 것이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은 아직까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해 “경제 활동이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동일하나 중국은 소유제와 분배제, 경제의 거시적 조정이라는 차원에서 자본주의와 다르다.” 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실제적인 차원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의 질문에 의해 일순 경직되었던 분위기는 누군가의 발언에 의해 곧 다시 풀리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다.

“음, 듣고 보니 딴은 그렇군. 정말 뭐가 다르지? 자네는 아는가?”

“글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생각해 보니 또 그러네.”

“사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그런 거 떠나서 각국마다 다른 특색이 있을 뿐이지 않은가?”

“맞아, 같은 자본주의 사회라도 미국과 일본의 그것들도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이러한 중국인들의 토로는 마지막으로 땅샤오黨校, 즉 한 중국 공산당 간부 육성학교 교수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에 모두가 한바탕 왁자지껄 웃는 가운데 결말을 짓게 되었다.

“사실 뭐 있겠어?! 공산당이 사회주의라니까 사회주의인 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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