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언어 문화 (上)
한·중·일의 언어 문화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5.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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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하기는, 몽골의 대초원을 ‘엄마’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중국이니 잠자려고 ‘이불’을 달라는 사람에게 ‘컵’을 갖다 주며 화를 버럭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뭐.”

“비싼 일본의 택시비지만 늦은 밤이라 집 앞 골목까지 택시를 타고 갔어요. 그리고 집 앞에서 바로 ‘내려 달라’고 했더니 택시 기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거예요, 글쎄.”

언어 면에서 바라볼 때 한민족으로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특히 외국어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말이 중국어와 일본어를 포함한 다른 외국어를 학습하기에 아주 좋은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중국어를 구사하는 일본인이나 일본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가운데는 상대국 언어를 배우기에 가장 유리한 사람들이 자기네들(죽 중국인 혹은 일본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인 것이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학습하려는, 혹은 학습 중인 분들을 위해 양국 언어를 학습하며 구사하는 가운데 체득한 몇 가지 특징들을 간략히 말하고자 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는 이 책 전반부에서 본 바와 같은, 단순하며 엉성한 중국적 특징과 꼼꼼하며 자잘한 일본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먼저 중국어는 우리말에 비해 문법 체계가 엉성하다. 이를 두고 중국어는 각 단어의 활용이 중요할 뿐 문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언어라는 평가를 한다.

이에 비해 일본어는 우리말보다 문법이 더욱 정교하고 섬세하다. 예를 들어 ‘나’라는 일인칭을 지칭하는 말도 우리말보다 많으며 겸양어, 존경어, 여성 전용어, 남성 전용어 등 처음 공부할 때는 암기해야 할 문법이 꽤 된다.

따라서 문법이 거의 없는 언어에 익숙한 중국인이 일본어를 공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한국어는 중국어에 비해 문법이 적당히 ‘있고’ 일본어에 비해서는 적당히 ‘없으니’ 이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발음을 보자. 일본어는 모음이 ‘아, 이, 우, 에, 오’의 5개에 불과하다. 또 한국어의 받침에 해당하는 발음도 ‘ㄴ, ㅁ, ㅇ,정도만 있을 정도로 빈약하다. 이 점만 봐도 일본인들은 외국어 공부에 매우 불리하다 할 수 있다. 5개의 모음으로 외국어 발음을 전부 모방해야 하니 ‘서울’을 ‘소우르’ (‘서’의 ‘ㅓ’ 발음이 없으므로 가장 근접한 ‘ㅗ’ 사용)로 발음하거나 ‘박’ 씨 성을 ‘보쿠’로 발음한다.

이러한 일본인들에게 중국어는 발음하기에 충분히 애먹는 언어이다. 그 결과 ‘워스我是’를 ‘우오시’ 등으로 발음하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외모로는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중국어 발음을 들으면 곧 일본인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도 예외로 있지만 말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중국어의 혀를 말아 내는 발음(권설음)등이나 일본어 발음의 ‘다, 치, 츠, 테, 도’ 등의 약간만 빼고는 거의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한편 각국의 문자를 봐도 우리말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중국어의 악명 높은 한자는 얼마나 외우기 힘들고 또 쓰기 힘든가. 한자의 총 개수는 현재 약 5만 6,00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는 상용한자는 3,900여 개, 이들로 만들어지는 어휘는 약 800만 개로 이 중 「한어대자전」에 수록된 한자는 약 37만 5,000개 다.

중국에서 평생 살아도 불가능한 3가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의 한자 모두 알기(나머지는 중국 음식 모두 맛보기, 중국 명승지 모두 다녀 보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다 보니 중국의 대학 교수들조차 ‘국어 문자’인 한자에 애먹기는 마찬가지다. 칠판에 쓰다가 틀리기 일쑤거나 아예 사전을 찾아가며 쓸 정도다. 24개의 자음과 모음만 외우면 일단 어떠한 단어라도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거나 쓸 수 있는 우리말과 매우 다르다.

그러면 일본어는 어떤가? 일본어는 3가지 요소(히라가나, 가타가나, 그리고 일본식 한자)로 구성되어 있어 최초 접근이 녹녹치 않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가 각각 50개 정도 있어 일본어를 공부하려면 우선 이를 외워야 한다.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가는 듯한 가나들을 구분해서 외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다음에는 한자도 외워야 한다. 이 ‘일본식 한자’는 비록 중국어에서 유래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중국어와는 다른 형태도 많아 이들도 새롭게 외워야 할 대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에는 우리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전이 두 종류가 있다. 바로 ‘인명 읽기 사전’과 ‘지명 읽기 사전’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일본 한자이지만 일본인조차 읽기 어려운 한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말은 총 24개로 구성된 자음과 모음으로 거의 모든 주요 언어에 대처할 수 있다. 다른 외국어를 보면 볼수록 새삼 느껴지는 참으로 위대한 문자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또 다른 독특한 골칫거리를 갖고 있다. 중국어의 경우 우리말이나 영어, 일본어 등에는 없는 4성이 있어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애타게 하고 있다. 또한 일본어는 왜 그리 유사한 발음이 많은지 이 또한 외국인으로 하여금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양산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제시한 첫 번째 문장의 사연을 보자. “하기는, 몽골의 대초원을 엄마를 타고 한 달음에 달려가는 중국이니 잠자려고 이불을 달라는 사람에게 ‘컵’을 갖다 주며 화를 버럭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뭐.”는 중국어의 4성과 관련된 것이다.

※ 이어서 다음 주에는 ‘한·중·일의 언어 문화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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