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과 리더십 (上)
한·중·일과 리더십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6.0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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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중국 헌법은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국가의 최고 권력 기관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는 전국의 각 성省, 시, 자치구의 인민대표대회와 인민해방군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되는데, 그 숫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각 대표들(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은 광범위한 대표성을 부여받고 있다.

직능별로 선출되는 전인대의 대표는 노동 대표, 지식 분자, 간부 대표, 민주 당파, 무소속 애국인사 대표, 해방군 대표, 귀국 교포로 구성되며, 인민 대표에는 부녀 대표 20퍼센트, 소수민족 대표 15퍼센트가 포함된다.

한편, 임기 5년의 전인대 의사일정은 5년마다 1회 개최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연례 회의를 개최하고 의결 사안은 다수결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 권한으로는 ①헌법, 형사, 민사, 국가 기관과 각종 기본법을 제·개정하는 최고 입법권. ②국가주석, 부주석, 국무원 총리와 부총리, 국무위원, 각부 부장 및 각 위원회 주임 등에 대한 인선권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및 관련 인사들에 대한 선출권, 최고 인민검찰원 검찰창 선출 등 국가 최고 기관의 영도자들에 대한 선출, 결정, 파면권. ③예산 심의, 제반 경제 계획의 심사·승인권, 국민 경제·사회 개발 계획 및 사업 실행 상황에 대한 심사·승인권, 국가의 예산 및 예산 집행 상황의 심사·승인권 및 기타 행정에 관한 통제·조사권, 국가의 예산 및 예산 집행 상황의 심사·승인권 및 기타 행정에 관한 통제·조사권, 성·자치구·직할시 등 구역 조정의 승인, 특별행정구 설치와 그 제도에 관한 결정권 등이 있다. 14억 중국을 불과 3,000명이 대표하는 것인 만큼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국가 기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인대의 대표들이라 해도 그들의 인민 대중에 대한 태도는 대체적으로 매우 수수하며 질박하다. 각 대표들이 어떤 행사장에 참석할 때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듯 준비가 부산하여 어떤 사람일까 기대를 시키지만, 막상 접하게 되는 그들은 털털한 차림에 수더분한 미소의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인민들로 빙 둘러싸인 곳에 경호원도 없이 그들 속에 섞여 스스럼없이 어울려 환담하거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느끼며 개선해 나가도록 힘쓰는 인민의 대표들로부터 느껴지는 권위는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풍기는 권위와 사뭇 다르다. 인민 대중들에 푹 파묻혀 이웃처럼 지내는 그들의 질박함과 진솔함 속에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권위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에서 한국 국회의 부자연스러운 연출을 떠올리며 역겨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의 떵떵거리던 모습이 외국에서 번데기마냥 쪼글쪼글 왜소해지는 우리 정치인들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당당하지만 국내에서는 온화해지는 중국 정치인들의 대조적 모습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인민을 생각하기에 인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들(전부는 아니지만)의 모습을 보았다.

정치인은 존경받기를 원한다.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인 중국이 낳은 영웅 덩샤오핑鄧小平을 보자. 그 앞에서는 누구라도 주눅이 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덩샤오핑에 대해 중국인들은 ‘샤오핑 동지’라며, 세상을 떠난 지금도 자신들의 생활 속에 함께 호흡하는 친근한 사람처럼 대하고 있다.

1981년, 중국 공산당 11차 6중 전회 ‘건국 후 역사 문제에 관한 약간의 결의’에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정한 중국 문화대혁명의 주인공 마오쩌둥毛澤東을 보자. 그로 인해 중국의 현대사가 10년 이상 후퇴하게 되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의 일반 인민 대중들 가운데는 그의 사진을 마치 신주 단지 모시듯 하며 추앙하는 이들 또한 많다. 그의 초상화를 강제로 내걸게 하며 그의 우상화에 여념이 없었던 문화대혁명 당시와는 달리, 인민들 스스로 그의 사진을 꺼내 모시고 있다. 말년에는 약간의 실수(문혁을 포함한)를 저질렀지만, 공과를 떠나 그의 사람됨을 존경하며 추앙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들은 이미 고인이 된 정치인을 포함해 부정부패에 연루된 탐관오리를 색출, 엄단하기 위해 자신의 관을 준비하라던 서슬 퍼런 주룽지朱鎔基 전 국무원 총리나, 왜소한 체구에 안경 너머 질박함과 진지함이 가득한 원자바오溫家寶 현 국무원 총리 등 이제 현역이 아닌 정치인까지도 생사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존경한다.

존경이란 ‘타인의 훌륭한 행위나 인격 따위를 높여 공경함’을 말한다. 머리를 숙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존경은 강요가 아니라 온전히 그들 개개인의 자발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매우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1949년 지금의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된 이후 아직 60년이 지나지 않은 동안에도 중국에는 존경받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 이어서 다음 주에는 ‘한·중·일과 리더십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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