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의 새로운 모델
글로벌 인재의 새로운 모델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7.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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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나는 중국 상하이 한국 상회 부회장을 역임 했었던 당시,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생겼다.

한국 상회에서 내가 맡았던 분야는 ‘유학생 및 취업’ 분과였는데, 그 덕에 중국 현지 취업에 대해 알릴 기회가 많았다. 또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나가는 기업체 특강이나 강연에서 현지 채용의 중요성 등에 대해 더 자세히 들려주고 적극적으로 권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해외 현지 채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자신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자신의 꿈과 포부를 해외에서 더 크게 펼치려면 다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언어 실력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그 실력이 어느 수준이어야 한다는 건지 감이 안 잡힐 것이다. 혹은 이 말을 듣자마자 ‘난 엄두도 못 내겠군’하고 지레 물러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주위에서 이런 친구들을 많이 보았는데,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기업들이 해외 취업자로부터 원하는 중국어 실력은 아주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원할까? 이것을 판가름하기가 참 애매모호하다 보니 토익이나 중국어 능력 시험(HSK) 같은 제도가 나왔지만, 사실 해외 기업들은 이 같은 시험 점수를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다.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몇 마디의 대화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기업들은 숫자에 불과한 시험 점수나 등급보다는 실전에서의 회화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본다. 즉, 글로벌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필요한 일반적인 대화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이 따르지 않을 정도의 실력 정도면 무난하다.

그렇다면 해당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 용어, 전문적인 표현 등에는 과연 얼마나 능통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안심해도 좋다.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전문 용어 구사 능력을 따지는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입사하고 나면 자연히 익히게 될 문제이므로 현장에 투입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정도의 일상 회화 정도만 보는 것이다.

J양은 한국에서 중어중국문학과를 졸업했다.그녀의 중국어 실력은 재학 중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우수했다. 연수생 동기들 사이에서 단연 뛰어난 실력 덕에 그녀는 한국에서 온 기업들의 통역 일을 맡아 멋지게 수행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이 원하던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다. 그 기업이 인재 추천 요건으로 ‘수준급의 중국어 실력’을 요구했는데, 정작 그녀는 스스로의 중국어 실력에 대해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급의 실력’이라는 것도 사실은 기본기만 갖추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몇 번이고 격려하고 설득했지만 웬일인지 자꾸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결국 회사 측에서는 결정적으로 그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J양의 중국어 실력과 차분하고 성실한 자세를 높이 샀던 기업은 그녀의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 실망하고 채용 의사를 바꾸었다. 어학 실력보다 당당함과 자신감이 결여된 태도가 장애로 작용했던 것이다.

J양의 경험이 말해주듯, 해외에서는 기본적인 어학 실력 이상으로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지 취업 지망생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조건은 일하고자 하는 나라의 관습 및 문화에 대한 이해도다. 적어도 타국의 기업에서 일하려면 현지 직원들이나 비즈니스 거래처와의 교류에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국계 기업은 보통 해외 현지에 본사를 둔 순수 해외 한국계 기업과 본사를 한국에 둔 해외 현지 법인으로 나뉘는데, 전자에 취업하는 경우 파견 나온 주재원 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해외 현지에서의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다르다. 즉 주재원이 있는 해외 현지 법인에 입사하면 주재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도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들은 주요 업무를 주재원이 담당하도록 한다. 아무래도 해외 현지 법인에서의 업무 또한 한국 본사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더 큰 임무를 부여 받고 파견 나오는 주재원들 중에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또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 전공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으로 파견 나오는 주재원들 가운데는 중국어 비전공자가 전공자보다 더 많다. 따라서 이들이 국내에서의 업무 능력을 낯선 현지에서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보완해줄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비단 언어에 한해서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 및 관습에 대해서도 주재원들에 비해 능통한 인재가 필요하고, 그렇기에 해외에서의 현지 채용 제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적극적인 자세와 시키지 않은 일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어느 직장에서나 필요로 하는 덕목이겠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자세가 특히 더 중시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어나 중국 관련 전공자만이 가능할까? 물론 아니다. 중국어나 중국과 관련된 전공자는 아무래도 비전공자에 비해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비전공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중국어 전공자보다는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비전공자를 찾는 기업도 있다. 대학 졸업 전에도 해외로 나갈 기회가 적지 않은 요즘인 만큼, 현지에서 중국어 전공자 못지않게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할 것 없이 기업의 핵심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인재난에 허덕이는 건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의 숙제인데, 이런 문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크게 부각된다.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과 더불어 글로벌 현장에서의 인재난은 앞으로도 더더욱 심화될 것이다.

덧붙여, 해외 현지에서 입사할 경우 본국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과는 달리 본인만 원하면 계속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다. 그렇게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공 또한 계속 축적될 것이고, 이는 자신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대우를 높일 계기가 될 것이다. 해외에서 일할 뜻이 있다면 지금부터 기회를 잘 찾아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기회의 문이 훨씬 넓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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