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잃는다
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잃는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8.03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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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중국 현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청년들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초봉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낮은 초봉은 구직자의 열의를 시험해보는 ‘덫’일 수 있다.그리고 적잖은 젊은이들이 그 덫에 걸려들곤 한다.

“초봉이 고작 그 정도라고? 한국도 아니고 여기서 그 돈을 받고 일하라니, 말도 안 돼.” 또는 초봉이 많은 편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매일 야근 하다시피 일해야 할지도 몰라’ 하고 안 해도 좋을 걱정을 한다. 이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혼자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좋은 기회들을 놓쳐 버린다.이런 일들을 목격하면 인생 선배로서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중국 현지 취업에 대한 정보는 아직 한국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이 실력과 열정만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내외 기업의 최대 과제는 ‘쓸 만한’ 인재 확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초기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인사한 지 2년도 채 안 되어 초임의 두세 배 정도로 껑충 뛰어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초봉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특정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한국 청년들도 많다. 또 이곳에서는 입사 후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주재원 신분을 부여하고 각종 현지 근무자로서의 특혜를 주기도 한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나는 늘 말한다.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지도,평가 절하하지도 마십시오. 기업이 제시한 급여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가능성을 보세요.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얼마든지 당신의 가능성을 읽고 가치를 인정해줄 겁니다. 그렇게 실무에서 능력을 발휘해 더 높은 연봉을 받거나, 아니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스카우트되어 가면 됩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조건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짜 대우’는 기업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일단 기업에 입사했다면 철저한 주인 의식을 갖고 첫 번째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나의 은사인 사쿠라이 교수의 강의가 기억난다. 국내외 기업의 컨설팅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유머 감각도 뛰어난 데다 일본인에게는 매우 드문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교수였다.

“나는 이 시대 사회 시스템이 뭔가 잘못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입사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여러분같이 학교생활 밖에 모르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철덩어리’들을 기업들이 왜 돈을 주고 채용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원래대로라면 여러분들이 돈을 지급하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훌륭하게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기업이 여러분을 번듯한 사회인으로 만들어주니까 말입니다. 외국어니 컴퓨터니 하는 것들은 모두 비싼 돈을 내고 배우는데 왜 탄탄한 기업이 돈을 지급하면서 여러분을 가르쳐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겁니다.”

다소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는 사회 초년생은 돈을 비롯한 여러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무형의 가치, 즉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 경력과 실력이 쌓이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당장 배부르게 해줄 연봉보다는 금쪽같은 경험을 얻을 기회에 더 관심 갖기를 권한다.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금전적 보상만 보장된다면 아직은 충분하다.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벌면서 나머지 시간은 그대에게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 스스로를 연마하는 데만 집중하라.

중국 현지에서 ‘해외 취업 전문가’로 활동할 당시 구직자와 구인자의 간극을 자주 발견했다. 초기에는 이들 관계 중 구인자의 입장이 더 유리해 보였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일정량의 임금을 지불하며 업무와 사회생활 전반을 가르친 직원이 불시에 그만둘 수 있는 가능성)을 감당한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한편 구직자는 입사라는 관문만 통과하면 그 순간부터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된다. 업무도 배우고 사회생활 경험도 쌓을 수 있으며 수입도 생기기 때문이다. 또 경력을 쌓음으로써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도 가능해진다.

젊은 시기에 물질적인 부나 명예를 누린다는 것은 아주 희박한 일이다. 물론 일부 이른 성공을 거둔 젊은이들도 있지만 그 성공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드리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그만 이익에 급급하다 보면 결국 잃는 것이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머리 굴리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청춘보다는 발품을 팔고 경험을 재산처럼 모으는 청춘이 종국에는 더 좋은 결실을 거둔다.

작은 이익에 눈멀어 이리저리 휘둘리기보다는 더 큰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뚝심을 키워라. 청춘의 시기는 훗날 어떤 고난이 와도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길러야 하는 때다. 즉, 물질적인 보상과 같은 유형자산보다는 업무나 사회 능력과 같은 무형자산을 축적하는데 더 공들일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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