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에서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라
스펙에서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8.10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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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의 스펙 경쟁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돈과 열정, 시간을 다 바쳐가며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것 같다. 그 결과 학력 인플레는 점점 더 심해지고 경쟁의 기준은 또 점점 높아져간다.

나는 근 20년을 중국에서 지냈다. 원래 계획은 중국에서 1년간 생활하며 중국 문화를 더 밀접하게 체험하고 더 많은 중국인들과 교류를 맺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체험해본 중국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중국과 아주 많이 달랐다.

오늘날 중국이라는 존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중국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직 낙후되고 후진적인 중국의 단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중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중국에 도사리고 있는 엄청난 기회에 놀라곤 했다. 한국 청년은 이제 더 이상 중국을 경계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기회의 땅’으로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중 관계는 앞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한국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중국, 나아가 아시아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 청년들을 위한 몇몇 특화 과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중국을 찾았는데, 하나같이 예상치 못한 중국의 모습에 놀라고 간다. 한국에선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중국의 잠재력에 놀라는 것이다.

특히 많이 주목하는 부분이 이 땅의 다양성이다. 내가 근무했었던 상하이의 학교만 해도 120여 개국의 학생들이 모여 있으니 캠퍼스 곳곳에서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 여러 외국어가 섞여 들려온다. 그야말로 다국적 캠퍼스인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하니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문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유럽은 너무 멀어서, 미국과 일본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면 지리적·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하이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익혀볼 것을 권한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들은 낙후된 중국, 가짜가 판을 치는 중국, 무례하고 시끄러운 국민만 있는 중국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에 집중한다. 특히나 굉장히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중국인들을 보며 느끼는 바도 많다고 한다.

언젠가 7+1학기 특화 과정으로 왔던 K군의 말이 기억난다.

“여기 오기 전까지 저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스펙’이라는 정답에 빠져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어요.”

중국에 오기 전까지 그는 중국어 공부에 욕심도 있었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에서는 토익 점수, 학점, 봉사 활동, 자격증 등 스펙을 쌓기 위해 준비할 것이 끝도 없었고,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여겼다고 한다. 또 영어는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 배워야 한다는 편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매일매일 관성에 젖은 삶을 살았다. 그런 생활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발견될 리도 없었다. 그리고 중국에 와서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이다.

타성에 찌든 가짜 세상에 속지 마라. 그대를 둘러싼 안전한 알을 깨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또 다른 길이 보인다. K군은 이곳에서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만나며 외국어도 배우고 국내 어디서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그동안 목표로 했던 대기업 입사가 아닌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 말을 전하면서 그는 내게 상하이의 한국인 사업가를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입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K군은 당연히 높은 토익 점수, 봉사활동 실적, 높은 학점, 자격증 등등을 말하리라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누구보다 늦게 가겠다는 편지 한 통이면 돼. 요즘 편지는 전혀 안 쓰잖나. 공채에 너무 집착하지 마, 나도 그렇게 입사했어.”

인생에서 정답은 개개인마다 다른 법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하나의 정답을 강요한다. 그 정답이 정답이라는 확신조차 없으면서 말이다. 자식이 남들이 걷는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말리려고 한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은 불안하고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뿐인 인생을 타인의 경험에만 기대어 꾸려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남들이 터놓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하고 또 그렇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용기를 내어 틀 밖으로 걸어나가라.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에서 청춘의 계절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보다 더 먼저 움직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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