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중국 창업을 위한 전략 (下)
성공적인 중국 창업을 위한 전략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9.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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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다섯 번째로, ‘빨리빨리’ 서두르다가는 ‘빨리빨리’ 귀국하게 된다. 이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모습 중의 하나이다. 중국인들의 ‘시간의 흐름’은 상당히 느리다. 이에 비해 우리의 흐름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무엇인가를 하려다 보면, “너무 느려 답답하다!”, “이러다가는 비즈니스고 뭐고 내가 먼저 속 터져 죽겠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착착 진행되는 것이 제대로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이 중국이고 그 중국에 맞춰야만 비즈니스도 원만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심하자.중국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나를 먼저 ‘중국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H씨는 뭐든지 할 일이 있으면 빨리빨리 해내는 성미였다. 그러다 보니, 간혹 빠트리는 부분 등이 없지 않았지만 주어진 일은 척척 해내는 시원시원한 사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그와 같은 성격 때문에 중국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관공서에서는 몇 번 정도 왔다갔다하면 될 일이 중국에서는 몇 달이 걸려도 지지부진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더 보완하면 좋을지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그렇지 않고 두리뭉실, 애매모호하기만 했다.

그러는 가운데 H씨에게는 심신의 변화가 찾아왔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화병에 걸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답답한 마음을 술로 달래다 보니 아랫배 윗배 모두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병든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중국에서의 업무 프로세스는 느릿느릿 그대로였다. H씨가 중국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지, 중국이 그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H씨의 사례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것 중의 하나이다. H씨가 전형적인 우리나라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로, 맨땅에 헤딩하지 말자. 모든 것을 혼자 조사하고 알아보며 준비하기에는 중국은 너무 크고 복잡하다. 또한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다 보면 남들이 훨씬 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나 실패 등을 재연하기 십상이다. 혹은 다행히 시행착오 등은 별로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효율성의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현지에서의 경험 등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동분서주하는 것과, 신뢰할 만한 ‘꽌시关系’나 현지 네트워크 등의 조력을 받으며 준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조력을 받도록 하자. 이는 한정된 시간과 재원 속에 보다 더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에는 내 주머니를 노리는 위험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제대로 된 곳을 찾아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다 더 효율적이며 안전한 진출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년 전쯤인가, 한국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던 K씨가 찾아왔다. 중국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소리를 듣고 있던 터에 그녀의 음식점에서 일하던 한 중국인 L씨로부터 “그냥 이대로 중국에 가서 하게 되면 대박 맞을 것”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평소 요식업 경영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중국에서 한국음식점을 차려 프랜차이즈 형태로 중국 전역을 석권하겠다는 꿈을 꾸고 중국행을 시도했다.

과연 L씨 말대로 중국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음을 느꼈다. 상하이에서 가본 한국음식점의 가격은 한국의 서울보다 더 비쌌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인들보다도 더 많이 시켜 먹는 것을 확인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에 그녀는 구체적인 창업 절차는 L씨에게 거의 대부분을 맡기다시피 하며 귀국하였고, 본격적으로 중국 창업을 준비하였다. 그 중간에 L씨가 요청한 창업 준비 관련 자금 등은 물론 꼬박꼬박 송금하였고 진행 사항 확인 차 다시 한 번 들른 중국 현지에서는 매장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직접 확인하였다.

이후 한두 차례 필요 자금을 더 송금한 뒤 이번에는 불시에 중국 현지의 매장 인테리어 현장을 한 번 더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매장에는 L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이에 L씨는 어디 갔냐며 물어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리하여 L씨에게 전화해 봤더니 평상시처럼 전화를 반갑게 받았는데, “지금 중국의 식당 인테리어 현장에 와 있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당신을 모른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불현듯 전화를 끊었다. 이후 L씨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일곱 번째로, 구멍가게 마인드에서 벗어나자. 예를 들면, 비즈니스를 위해 전문가나 유관 기구 및 단체 등의 조력을 구할 때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자. 공짜로 귀동냥 등에 의존하려다가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공짜와 관련, 중국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속담이 있고 일본에는 “공짜보다 비싼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에는 “양잿물도 공짜라면 마신다”는 참 기가 막힌 속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짜에 의존하려는 경향 또한 우리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게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공짜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 술 한잔 사며 얻어들은 정보나 사전조사 등은 무책임할 수 있음을 명심하도록 하자.

한국에서도 ‘마당발’이라 불려 온 K씨, 자신과 같이 사교적인 사람은 중국 창업에 있어서도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여기며 여기저기 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한 그에게 있어 창업 컨설팅을 받으며 지불하는 자문료 등은 전혀 고려 요소가 되지 않았다. “그런 것은 게으르고 남에게 의존하기만 하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치르는 것일 뿐”이라 여기며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한두 번 대접하는 가운데 부지런히 정보를 취합해 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는 점차 혼돈을 느끼게 되었다. 동일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접하는 사람에 따라 들려주는 정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은 상황에서 나를 소개받았다. 그 후 나와 내가 소개한 다른 곳과의 상담을 받으며 “돈 몇 푼 아끼려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K씨의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는 혼돈을 느끼며 화를 당하기 전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대로 취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K씨와는 달리 컨설팅 비용이나 자문료 등 얼마 안 되는 푼돈을 아끼기 위해 이리저리 꼼수를 쓰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맞이하는 사례는 아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덟 번째로, ‘나는 한국에 있지 않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는 마음자세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 실패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바로 ‘심신이탈현상’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중국은 뭐 이래!”, “우리도 옛날에는 그랬는데. 쯧쯧, 여기는 아직도 그렇구먼” 이라는 식으로 신체는 중국에 와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한국에 남아 있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중국에 대한 적응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여러 불필요한 문제도 초래하면서 ‘중국 퇴출’만 가속화시키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 역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와 관련 중국에 온 한국인들 중에는 중국인들의 사고와 행동 양식 등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하지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중국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그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듯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면 중국인들의 사고와 행동방식 등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인들의 부정적이고 유감스러운 모습까지 닮도록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러한 점 등을 잘 간파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줄임과 동시에 그러한 모습을 잘 활용하도록 익숙해지면 될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적인 중국 창업의 핵심은 결국 나 자신에 의해 좌우된다. 실제로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접해 온 중국 창업의 성공 및 실패 사례 등에 의하면, 중국 진출 시 최대의 장애는 다름 아닌 바로 ‘나’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단한 호경기에도 패자는 있고 대단한 불경기에도 승자는 있기 마련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성공적인 중국 창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 자신이 차분한 ‘농심農心’의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애지중지 가꾸는 가운데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바라는 정직한 자세야말로 바로 성공적인 중국 창업의 가장 근원적인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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