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밖에서 '진짜' 청춘을 낚아라
국경 밖에서 '진짜' 청춘을 낚아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0.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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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출장을 가서 우연히 한국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는 한눈에 동포임을 알아보고는 반가워서 금방 말을 텄다. 얘기를 나누며 그가 인도네시아로 온 사연도 듣게 되었다. 몇 년 전 자원봉사를 하러 잠시 온 자카르타에서 인상적인 자극을 받고 다시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운명처럼 그곳에 정착해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산 제품을 수입·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이곳을 찾은 계기는 자원봉사였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들을 받았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기회를 이곳이 주었으니까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일단 외국에 나오면 배경이나 학벌 같은 건 중요시되지 않으니 다들 같은 조건에서 시작하게 되죠. 한마디로 외국에서의 삶은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이미 무한 경쟁으로 들끓고 있는 한국에 비하면, 이곳에는 가능성이 넘쳐흘러요. 그래서인지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 조금씩 성취해 나가며 사는 지금의 생활에 저는 아주 만족합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속 깊이 울림을 주었다.

아시아를 다니다 보면 그와 같은 사례를 가진 친구를 많이 만난다. 우연한 기회에 이국땅에 발을 들였다가 그 짧은 인연이 운명이 되어 아예 정착해서 사는 것이다. 부지런한 한국인은 어디서든 잘 정착하고 산다. 이민이라고 해서 꼭 많은 돈이 필요한 선진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경제 수준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성취의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 곳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 뉴질랜드처럼 안정된 국가임에도 젊은이의 일자리가 없어 ‘은퇴 이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곳보다는 기회가 무궁무진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을 찾아 나서기를 권한다.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최고의 무기, ‘젊음’은 그 기회를 성취로 이끌 만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회에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안정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또 젊은 시기에 안정적이기만 한 삶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성이야말로 청춘의 힘이자 상징이 아니겠는가. 그 힘을 믿고 기회가 살아 숨 쉬는 땅을 찾아가보라. 아마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지금 아시아는 청춘의 열기와 꿈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므로 나에게 ‘아시아’와 ‘청춘’은 동의어에 가깝다. 유럽이 안정된 안락을 추구하는 ‘노년’과 동의어라면 말이다.

이와 같은 내 권유에 주저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구에 비해 경제 수준이 뒤처진 면이 아닌, 아시아만의 역동성과 활기에 집중해야 한다. 혼돈과 질서가 한 방향으로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는 면을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아시아에선 옛말이 되었다. 발전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급격한 베트남, 인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최빈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나라 라오스나 방글라데시도 ‘1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맞게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초대형 건물들이 새로 들어서고 허름하고 낡은 주택 단지가 최신형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등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도 이곳들 못지않게 변화무쌍하다. ‘수개월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역동성 넘치는 나라야말로 젊은이들에게는 기회의 장이다. 이미 완벽히 갈고닦인 곳에서 자리 잡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보라. 오히려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곳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또 의미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아직도 저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언제 안정을 취할거냐’고 말이죠. 하지만 스트레스받고 눈치 보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안정’이라면, 저는 그 안정을 누리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방문하였을 때, 그곳에 위치한 한국 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말이다. 그는 외국 진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캄보디아에 온 지 3년이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날씨도 너무 덥고 사람들과 말도 통하지 않는 등 모든 것이 낯설어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적응한 후로는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살 땐 그저 바쁘기만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을 깊이 그리고 오래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죠.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싶더라고요. 그때 내 삶은 온전한 ‘나의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자기 또래의 사람들이 ‘눈을 뜨게끔’ 해달라고 말했다. ‘더 큰 기회의 땅은 한국 밖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이미 청춘의 시기가 지난 내 눈에도 그의 청춘은 마냥 부러워 보였다.

긍정적인 변화건 부정적인 변화건, 변화는 곧 힘과 동력의 산물이다. 힘을 내서 움직이지 않는 한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의 사회 속에서 지쳐 있는가? 자신의 재능을 백 퍼센트 살려 일하고 싶은가? 평범하고 초라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아시아로 고개를 돌려보자. 그동안 갈고 닦은 스펙을 아시아에서 발휘해보라.

한국의 청년들은 다재다능한 데다 적극적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그대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 군중 속의 한 명으로 무기력하게 살기보다는 창의력 넘치는 문제아가 되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배부른 나라를 동경하기보다는 가난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열정의 나라로 떠나보라. 지금껏 그대의 기를 죽였던 기존의 질서에 반기를 들어라. 학벌, 배경, 외모 등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해서 남은 인생을 패배자로 살 이유는 없다. 국경 밖의 유연한 틀 속에서 그대의 가능성을 펼쳐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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