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
일본이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4.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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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일본은 2차세계대전 말기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을 투하 당한 국가이다. 그러나 패전후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정도로 경이로운 성장을 이룩하여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일본특유의 자본주의가 있었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그양 태가 어느나라에서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흔히들 미국식 자본주의는 자유주의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해 분배보다 효율을 강조한다고 한다.

유럽식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해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져 ‘복지병’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식 자본주의는 개인 보다는 단체나 사회를 더 우선시 한다는 측면, 달리 말해 전체주의적 성격이 여타의 자본주의 보다 강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다보니 경제학적으로 G2인 중국과 G3인 일본은 미스터리한 국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중국은 ‘개인’을 위주로 한 ‘자유’를 강조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집단’을 위주로한 ‘평등’을 강조한다. 다시말해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고 일본이 더 사회주의적인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중국이 사회주의이고 일본이 자본주의가 아닌가. 이렇게 볼때, 중일 양국은 서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 할수도 있다. 

일본을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이끈 일본식 자본주의의 ‘정신精神’적 특징으로 대략 첫째, 농경민족 특유의 공동체주의. 둘째, 일본식 유교 및 불교와의 결합. 셋째, 완벽주의. 넷째, 청부淸富추구사상. 다섯째, 상층부의 투철한 인仁의 실천 등을 꼽을수 있다.

첫째, 일본식 자본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공동체주의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개인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라면 일본이나 독일은 ‘공동체적 자본주의’ 국가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동일한 공동체 지향의 나라들이면서도 그 구체적 모습은 또 사뭇 다르다.

일본에는 문화전통풍토속에 흐르는 농경민족성과 유교가 강조하는 ‘가족家’ 및 ‘화합和’ 등의 융합이라는 일본 특유의 자본주의 정신이 있다. 그덕에 오늘날 일본기업 특유의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그리고 평등주의 등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세계 최고의 ‘집단 파워’도 지닐 수 있었다. 구소련이 해체되기 몇 해전, 소련 학자들이 일본을 둘러보고 했다는 “일본은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이다!”라는 말은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낸다. 

둘째, 일본식 자본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유교 및 불교가 일본식으로 결합되어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유교와 불교의 만남 덕에, 이후 일본에서는 ‘노동은 곧 불행佛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각 계층이 각기 맡고 있는 직분을 성심껏 수행하면, 자연히 부처가 되고 구원도 받는다는 것이다. 당시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서며, 사농공상을 주축으로한 새로운 사회질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변혁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새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아직 확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이때 생업에 종교성을 부여하는 방법이 착안되었고 일본인들은 자기일을 성실히 수행하면, 그것이 최선이고 최고이며 자신이 성불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는 믿음을 지니게 되었다. 노동을 신성시하고 근면성실을 직업윤리로 소중히 여기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전통은 이렇게 잉태 되었던 것이다. 

셋째, 일본식 자본주의의 또하나의 특징은 바로 ‘완벽주의’이다. 일본인들의 근면성실함은 단지 부지런한 차원이 아닌, 어떤 일이든 완벽을 기하다시피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완벽주의도 그 원천은 종교에서 찾을수 있다. 노동은 신성한것이기 때문에 모든 정성을 다해야 구제 받는다. 즉 세속의 업무는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종교 수행의 연장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선을 다하는 ‘최선주의’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100점을 못받아도 어쩔수 없다. 최선을 다했기에 정상이 참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주의에서는 반드시 100점을 받아야 한다. 일본기업의 뛰어난 기술력등은 바로 이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넷째, 청부淸富추구, 즉 ‘청부淸富가정도正道’ 사상이다. 사실, 유교와 불교에선 부를 천시한다. 유교에선 ‘덕德은근본根本, 재財는말末, 德者本也財者末也’이다. 불교에서 이윤추구는 곧 금기인 탐욕에 빠지는것 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도 단순한 이윤추구는 분명히 탐욕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맡은바를 성실히 수행한 결과 이윤이 창출 되었다면 그것은 어쩔도리가 없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즉 정직하게 일해서 이윤이 생기고 그것이 쌓여 자본이 되었다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내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봉사도 하는 ‘청부淸富’를 추구하는것이라면 정당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부淸富가 곧 정도正道’이며 이속에서 자제와 검약정신이 탐욕을 멀리하게 하는 최선의 수단으로 강조되게 된것이다. 일본기업이 사회봉사활동등을 활발히 하는 것과  일본인들이 남달리 검소하고 자제심이 강한 것 또한 바로 이러한 연원에서 다져져온 전통이 아닐 수 없다. 

다섯 째, 상층부의 투철한 인仁의 실천이다. 일본사회의 남다른 경영자의 윤리관 또한 이러한 사고의 흐름속에서 기인했다. 사실 윤리라는것이 보편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백성에게만 적용되어선 안된다. 여기에도 일본식 유교가 작용한다.

일본에서는 ‘君不君臣可臣(임금이 임금노릇 제대로 못해도 신하는 신하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이 아니다. 아랫사람들의 충忠은 윗사람들의 ‘인仁’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윗사람들이 제대로 ‘인仁’하지 못하면, 그곁을 떠나거나 심지어는 주군을 바꾸기도 했다.

예를들면 일본 사3대 위인의 한명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일본 근대화의 토대를 마련하여 일본이 선진국으로 거듭나게한 메이지유신의 풍운아 사카모토료마坂本龍馬가 있다. 하물며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시대 까지만 해도 인仁하지 못한 윗사람을 바꾼사례 또한 실로 적지 않았다. 

그런데, 유교의 최대 덕목인 인仁의 참뜻은 ‘다른사람 및 사회질서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도시대의 영주등 윗사람들은 사회와 아랫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최고의 도덕률로 삼았다. 이런 도덕률은 중앙정부의 철권정치와 맞물려 명군名君을 많이 배출했다. 명군은 자본의 논리와 자본의 윤리에 투철해야 했고 그것을 몸소 실천해야 했다. 위에 서는 자는 ‘무사無私’, ‘무욕無慾’해야 한다는윤리이다.

이런 사상이 일본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지며 실천되어 왔기에 일본인들은 자신의 일에 더욱 충실할수 있었다. 이와 같은 위와아래의 화합전통이 현재 일본사회 및 일본기업의 남다른 노사화합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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